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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Economic & Geopolitical Insights | Daily In-depth Analysis Report

배출권 기업 62.5%가 감축을 건너뛴 이유, 배출권이 싸서가 아니라 산업 유상할당이 0.48%였다

배출권 기업 62.5%가 감축을 건너뛴 이유, 배출권이 싸서가 아니라 산업 유상할당이 0.4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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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감축을 하지 않은 62.5%를 값에 반응한 결과로 읽기는 어렵다. 3차 계획기간 산업부문 실질 유상할당이 0.48%에 그친 구간에서 대다수 기업은 배출권을 살 이유가 없었고, 감축 투자와 배출권 구매를 저울에 올리는 상황 자체가 드물었다. 4차 계획기간의 변수는 3만원에 닿은 KAU 값보다, 발전부문 유상할당이 만든 현금지출이 전력요금을 타고 산업으로 돌아오는 경로 쪽일 가능성이 높다.

핵심 요약

  • 62.5%는 기업이 값을 계산한 결과라기보다 계산할 자리에 서지 않은 결과에 가깝다. 3차 산업부문 실질 유상할당은 0.48%. 다만 응답 461곳 중 194곳은 실제로 부족했고 그중 70.1%가 시장에서 샀다. 값에 노출된 층과 노출되지 않은 층이 한 숫자에 섞여 있다.
  • 3차 5년 할당대상 배출 9.0% 감소분의 63.8%가 발전5사에서 나왔다. 발전은 하루 단위 운전으로 배출이 움직이고 산업의 공정 전환은 리드타임이 수년이다. 포스코 3년 1748만톤 초과할당도 과거 실적 기준 할당이 가동률 하락과 겹칠 때 나타나는 구조적 결과로 설명될 수 있다.
  • 대응 1순위가 이월 33.8%였다는 건 산업 잉여가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재고로 남았을 가능성을 가리킨다. 이월 한도 적용 후 잔여 규모는 미공개라 크기는 말할 수 없고 부호만 확정돼 있다.
  • 4차의 변화는 값보다 지불 형태다. 발전 유상할당 15%와 2026년 사전할당 2634만톤 부족이 발전5사를 현금 매수자 자리에 세운다. 차입·상쇄가 있어 강제성은 절대적이지 않지만, 수요의 주 설명변수가 한계감축비용에서 석탄 이용률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 산업 95% 업종 100% 무상은 비용의 소멸이 아니라 청구서의 이연일 수 있다. K-ETS는 간접배출을 할당에 넣어 전력 절감이 자기 부담을 줄이지만, 공정배출 비중이 큰 철강·시멘트에서는 그 경로가 얇다. 전가 규칙은 아직 미공표라 이연이 성립할지도 규칙에 달려 있다.
  • 2025년 11월 차관 발언은 2만원 내외였고 10개월 뒤 시세는 2만9950원이다. 발언 한 건을 정부 추계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환류 설계와 K-MSR이 그 전망 위에 얹혀 있다면 제도 리스크가 된다.
  • 반증점은 값이 아니라 행동이다. 차기 실태조사에서 미실시 비율이 50% 위면 이 독법에 무게가 실리고, 산업 순매수와 공정전환 투자가 함께 늘면 기각이다. 모집단이 772개사로 바뀌어 직접 비교에는 보정이 필요하다.

1장. 62.5%는 가격 반응이 아니라 할당량 반응이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발주한 실태조사에서 할당대상 776곳 가운데 461곳이 답했다. 응답률 59.4%. 그 461곳 중 288곳, 62.5%가 3차 계획기간 5년간 내부 감축사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해석은 대개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 배출권이 설비투자보다 쌌기 때문이라는 것. 논리는 깔끔한데 전제가 빠졌다. 배출권 값과 감축 설비 투자비를 견주려면 먼저 배출권을 사야 하는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3차 계획기간의 명목 유상할당 비율은 10%였다. 실제로 유상 배분된 비율은 4.8%, 산업부문만 떼면 0.48%였다. 평균으로 보면 100톤을 내보내는 공장이 돈을 주고 사야 했던 물량이 0.5톤에 못 미쳤다는 말이다. 0.48%가 부정하는 건 현금 노출이지 기회비용 전부는 아니다. 잉여를 쥔 기업도 팔지 않는 만큼 평가이익을 포기한다. 다만 팔지 않은 기회비용은 통장 잔고를 줄이지 않고 예산 승인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설비투자 결재선에 올라가는 비용과는 층이 다르다.

미실시 비율이 1년 만에 51.9%에서 62.5%로 10.6%포인트 뛴 구간도 같이 봐야 한다. 두 조사 사이에 KAU는 톤당 1만원 선에서 8800원으로 내렸다. 값이 내려간 구간이라 ‘싸서 안 했다’는 해석과 ‘살 필요가 없었다’는 해석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이 구간 데이터만으로 둘을 갈라낼 수는 없다. 갈라낼 자료는 값이 3만원에 닿은 2026년을 담을 다음 조사다.

대응 순위는 이월 33.8%, 구매 30.4%, 내부 감축·기술투자 22.6%였다. 배출권이 부족했던 194곳 중 70.1%는 시장에서 사서 메웠다. 461곳의 42%에게 제도는 분명히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이 대부분 구매였다. 요점은 22.6%가 낮다는 게 아니라 감축 투자가 이월·구매와 나란히 놓인 선택지였다는 데 있다. 부족분이 크고 오래가면 감축은 선택지가 아니라 전제 조건 쪽으로 밀린다. 원 보고서가 비공개라 ‘내부 감축사업’의 문항 정의는 확인할 수 없고, 설비 교체 수준의 일반 효율투자가 빠졌다면 22.6%는 과소 계상이다. 62.5%를 감축을 거부한 기록으로 읽기보다 제도가 다수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는 기록으로 읽는 편이 지금 자료와 맞는다. 가격 탄력성만으로 ETS 효과를 추정한 모델에는 이 층이 빠져 있다. 값이 올라도 애초에 부족하지 않은 기업은 반응할 자리가 없고, 쌓인 잉여가 이월로 공급에 되돌아오면 값의 상승 폭 자체도 눌린다. 4차 감축 실현치를 체계적으로 과대추정할 소지가 여기 있다.

2장. 5년간 줄어든 배출량의 63.8%는 발전에서 나왔고, 산업 잉여는 재고가 됐다

3차 할당대상 배출량은 2021년 5억9277만톤에서 2025년 5억3947만톤으로 5330만톤, 9.0% 줄었다. 그 감축분 중 3401만톤, 63.8%가 발전5사 몫이다. 나머지 700여 개 업체 전부가 만든 감축이 3분의 1 남짓인 셈이다.

발전사가 유난히 노력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발전부문은 하루 단위 운전 선택으로 배출량이 움직인다. 배출권 비용이 급전순위에 곧바로 들어간다고 말하면 과장이다. 국내 전력시장은 변동비 기반 급전에 정산조정계수가 얹힌 구조라 배출권 값이 석탄과 LNG의 순위를 뒤집는 폭은 제한적이고 같은 구간에 원전 이용률과 LNG 단가, 전력 수요가 함께 움직였다. 3차가 끝난 뒤 구간이긴 하지만 2026년 1~7월 석탄발전량이 18.4% 늘어난 것도 그 한계를 보여 준다. 값이 오르는 동안 석탄이 돌아왔다. 그래도 남는 비대칭은 설비 리드타임이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의 감축은 공정 전환이고 회수 기간이 수년 단위다. 반응 속도가 다른 두 부문에 같은 무상할당을 얹으면 배출 감소는 빠른 쪽으로 쏠린다.

과잉할당은 개별 기업에서 더 선명하다. 포스코는 2022~2024년 3년간 실제 배출량보다 1748만톤 많이 받았다. 삼성전자 345만톤, 쌍용C&E 271만톤, 현대제철 72만톤도 초과였다. 기업을 악역으로 세우면 분석이 멈춘다. 할당량은 기업이 정하지 않는다.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라 경기 둔화나 가동률 하락이 겹치면 초과 할당이 구조적으로 생길 수 있다. 네 곳 각각의 가동률 자료로 확인한 설명은 아니다. 다만 할당 방식이 만든 결과일 가능성을 먼저 놓고 봐야 개별 기업 탓으로 좁히는 오독을 피한다. 남은 배출권을 이월해 두는 건 합리적인 재무 판단이었다.

문제는 합리적 선택이 쌓인 결과다. 대응 1순위가 이월이었다는 조사 결과와 개별 초과 할당 규모를 겹치면, 3차 산업 잉여는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재고로 적립된 쪽에 가깝다. 이월 한도를 통과한 물량은 4차에서 공급으로 되살아난다. 한도 적용 후 남은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으니 값의 상단을 얼마나 누를지는 말할 수 없다. 크기는 미지수고 부호만 확정돼 있다. 3차 기간의 더 정확한 요약은 ‘9% 줄었다’가 아니다. 발전이 감축을 떠맡고 산업은 잉여를 쌓았다.

3장. 4차의 변화는 가격이 아니라 지불 형태다 — 발전5사가 현금을 쓰는 매수자가 된다

4차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숫자는 총량 축소다. 배출허용총량 25억3729만5000톤, 연평균 5억746만톤으로 3차 연평균 6억970만톤 대비 16.8% 적다. 연평균 기준 비교치이고 일부 집계는 15.7%로 제시한다. 총량이 줄면 값이 오르고 값이 오르면 감축이 나온다는 순서를 상정한 인용인데, 앞 두 장이 맞다면 마지막 고리가 헐거워진다. 4차에서 크게 달라지는 건 총량의 크기보다 누가 현금을 쓰는가다.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율은 2026년 15%에서 2027년 20%, 2028년 30%, 2029년 40%, 2030년 50%로 오른다. 산업 95% 업종은 100% 무상을 유지하고 기타 부문은 10%에서 15%가 된다. 전체 무상할당 비율이 96%에서 89%로 내려간 것도 대부분 발전에서 온 변화다. 772개 업체에 배분된 23억6299만톤 중 발전 59개사가 7억9575만톤, 비발전 713개사가 15억6722만톤을 받았다. 유상할당분은 정부가 보유했다가 경매로 공급한다.

지금까지 산업에 배출권 비용은 대체로 기회비용이었다. 발전5사에 4차는 다르다. 2026년 사전할당 1억1059만톤은 2025년 검증배출량보다 2634만톤, 19.2% 적다. 배출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는 한 시장이나 경매에서 조달해야 할 물량이 출발선에서 이미 드러나 있다. 부족분 전량을 톤당 3만원에 조달한다고 보면 대략 7900억원이다(자체 추정). 이 숫자는 상한 성격이다. 부족분 중 얼마가 경매 유상할당분이고 얼마가 장내 조달인지 가를 자료가 없어 15% 유상할당분과 겹칠 수 있고 발전 59개사 연평균 1억5915만톤과 발전5사 1억1059만톤은 모집단이 달라 그대로 견줄 수 없다.

그래도 시장의 성격은 바뀐다. 현금을 써야 하는 매수자가 있으면 값은 한계감축비용보다 그 매수자의 물량 필요를 따라갈 공산이 크다. 발전5사의 물량 필요는 석탄 이용률의 함수고 석탄 이용률은 전력 수요와 원전·재생 가동이 정한다. 2026년 경매 평균 응찰업체가 직전 평균 7개에서 15개로 늘고 8월엔 20개로 최다였던 것도 같은 방향의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응찰업체 수는 이행 대상만 세지 않으니 증권사 같은 비이행 참여자 확대로도 설명되고 차입과 상쇄배출권이 남아 있어 ‘사야만 한다’는 말도 절대적이지 않다. 강제성의 세기가 아니라 방향이 요점이다. 전력 수급이 타이트해 석탄 이용률이 오르면 KAU도 따라 오를 텐데, 그 상승분은 철강회사가 전기로를 들일지 말지에 직접 대응하는 정보가 아니다. 값이 오르면 잉여를 쥔 기업의 기회비용도 같이 커지긴 한다. 다만 그 신호는 현금지출만큼 결재선을 움직이지 않는다. 3만원을 곧바로 ‘이제 가격 신호가 작동한다’는 증거로 읽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4장. 100% 무상은 청구서의 이연이다 — 그 청구서가 감축과 이어지는 지점과 끊기는 지점

산업계가 4차 협상에서 지킨 ‘95% 업종 100% 무상’은 비용을 없앤 게 아니라 청구 경로를 바꿨을 수 있다. 발전5사가 배출권에 쓰는 현금은 발전원가로 들어가고 발전원가는 전력시장 정산을 거쳐 요금으로 넘어가는 경로가 열린다. 그 경로가 실제로 열릴지는 뒤에 볼 규칙의 문제다. 열린다면 철강도 석유화학도 시멘트도 전기를 쓰는 만큼 몫이 돌아간다. 배출권을 한 톤도 사지 않은 기업이 전기요금 고지서로 배출권 비용을 낼 수 있다.

부담이 커지는 쪽으로 실물이 먼저 움직였다. 발전5사의 2026년 1~7월 석탄발전량은 8523만MWh로 전년 동기보다 18.4% 많다. 유상할당 비율은 2027년 20%, 2030년 50%까지 예정된 경로고 4차 총량은 3차보다 16.8% 적다. 매수 필요가 커지면 조달 물량이 늘고 단가도 함께 오를 수 있다. 2026년 기후대응기금은 2조9057억원으로 전년보다 10.8% 늘어 역대 최대인데, 기금 안에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이 얼마로 잡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증액을 경매 수입 증가로 바로 잇는 근거는 아직 없다.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부과 방식이다. 여기서 K-ETS의 고유 구조를 빼면 분석이 틀어진다. 국내 제도는 전력 사용에 딸린 간접배출을 할당 대상에 넣는다. 전력을 덜 쓰면 그 기업의 배출량과 할당 부담이 실제로 줄고, 그만큼 요금 인상은 무차별 부과금이 아니다. 문제는 경로의 폭이다. 공정 자체에서 CO2가 나오는 철강·시멘트에서는 전력 원단위를 깎아도 배출량 대부분이 그대로 남는다. 요금이 유도하는 투자의 회수 기준은 kWh 절감이고, NDC가 요구하는 건 tCO2 절감이다. 둘은 겹치는 구간이 있을 뿐 같지 않다. ‘덜 배출한 자가 덜 낸다’는 원칙은 사라지지 않고 업종별로 세기가 갈린다. 전력 절감 여지가 큰 업종에서는 살아 있고, 공정배출이 큰 업종에서는 얇아진다.

전가가 일어날지도 아직 규칙의 문제다. 발전 유상할당 비용이 정산조정계수로 흡수되는지 기후환경요금으로 나오는지 정해진 게 없고, 요금 결정은 제도보다 정치가 정한 전례가 길다. 발전사와 한전 내부에서 흡수되면 이 장의 전제가 깨진다. 그래도 흡수든 전가든 공통점 하나는 남는다. 요금으로 넘어오는 몫은 전력 사용량을 따라 매겨지지 개별 기업의 감축 실적에 비례해 매겨지지 않는다. 간접배출 할당이 그 간극을 일부 메우지만, 공정배출이 큰 쪽에서는 메우는 폭이 좁다. 유상할당 수입을 산업계에 환류한다는 약속은 나왔지만 집행 구조와 배분 기준은 공표되지 않았다. 규칙 없이 비용만 먼저 생기면 수혜 기대는 감축 실적이 아니라 협상력의 함수가 되기 쉽다. 2035년 53~61% 감축이 법정 범위로 못 박힌 지금, 감축과 무관하게 배분되는 돈이 쌓이는 구조는 목표 경로와 어긋날 소지가 크다.

5장. 가장 강한 반론 — “신호는 끊긴 적이 없다”

반대편 논리를 가장 단단한 형태로 세워 보자. 무상할당도 기회비용으로 값에 노출된다. 3차에도 응답 461곳 중 194곳이 부족했고 그중 70.1%가 시장에서 샀다. 4차는 총량이 16.8% 줄고 벤치마크 할당이 반도체·디스플레이까지 넓어지니 산업이 순매수로 넘어간다. 간접배출이 할당에 들어가 있으니 전기요금 상승분은 곧 자기 배출권 부담과 이어진다. 신호는 끊긴 적이 없다. 이제 세졌을 뿐이다.

이 반론은 옳은 지점을 여럿 짚는다. 그래도 우리 독법이 남는 이유는 두 가지다. 노출의 형태가 다르다는 게 첫째다. 기회비용은 팔지 않은 이익이고 유상할당은 나가는 현금인데, 3차 산업부문 0.48%는 두 번째 쪽이 사실상 없었다는 뜻이고 자본예산 심의에 올라가는 건 두 번째 쪽이다. 둘째, 반론이 예측하는 결과가 아직 관측되지 않았다. 순매수 전환은 4차 1년차 실적이 나와야 확인되고, 초과할당 상위 기업이 부족 기업으로 바뀌었다는 증거는 없다.

반론이 이기는 시나리오는 분명하다. 4차 1~2년차 정산에서 산업이 순매수로 돌아서고 포스코·현대제철 같은 초과할당 기업이 부족 쪽으로 넘어가면, 0.48%로 설명한 구조는 3차에 국한된 이야기가 된다. CBAM도 이 방향으로 민다. 무상할당은 수출 상계에 쓰이지 않으니 수출 철강에는 국내 KAU보다 강한 감축 압력이 따로 걸리고, 한국/EU 가격비율이 약 21%에서 30%를 넘으면 상계 실익 논의가 투자 결정을 움직일 수 있다. 우리 논지는 ‘산업은 움직이지 않는다’가 아니다. 3차에 산업을 움직이지 않게 한 것이 값보다 수량이었고, 4차에도 값보다 수량과 지불 형태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6장. 반증점은 가격이 아니라 행동이다 — 차기 실태조사가 판정한다

값이 올라도 감축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명제는 반증 가능해야 한다. 무엇이 관측되면 틀린 것인지 먼저 못박는다. 기준점은 값의 절대 수준이 아니다. KAU26은 2026년 9월 7일 톤당 2만9950원에 마감했다. 8월 7일 2만6000원 대비 한 달 15.2% 올랐고 8월 20일 하루 9.98% 뛰었다. 9월 2일엔 장중 3만원을 찍었다. 2025년분 정산용 KAU25는 8월 31일 2만9450원으로 1년 전 8800원보다 234.7% 높다. 값은 이미 충분히 움직였다.

지지 조건은 단순하다. KAU가 3만원대에 머무는 동안 차기 실태조사에서 미실시 비율이 여전히 50% 위면 값이 아니라 수량이 변수였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조사 한 번으로 증명이 끝나지는 않는다. 기각 조건은 대칭이다. 산업 순매수가 늘면서 내부 감축 투자 비중이 22.6%에서 유의미하게 올라오면 이 글은 틀렸다. 판정에는 보정이 필요하다. 4차 대상은 772개사로 461곳 응답 기준과 모집단이 다르고, 문항 정의가 그대로일지도 확인돼 있지 않다. 조사 공표 시점 역시 미정이다. 공정 전환은 리드타임이 수년이라 설문 한 번으로 잡히지 않으니, 전기로·수소환원 설비 발주와 투자 공시를 선행 지표로 함께 본다.

비선형 변수가 하나 붙는다. 2025년 10월 28일 공포돼 2026년 4월 29일 시행된 개정법은 톤당 10만원이던 과징금 상한을 없애고 이행연도 평균 시장가격의 3배 이하로 바꿨다. 상한이 고정돼 있을 때 미준수는 계산 가능한 비용이었다. 이제는 값이 오르면 벌칙 상한도 같이 오른다. 3만원이면 톤당 9만원, 4만원이면 12만원까지 열린다. 정산 마감기가 가까워질수록 부족한 기업이 시세와 무관하게 사야 할 압력은 커지고, 매수가 값을 밀어 올리면 벌칙 상한도 다시 올라간다.

구조 위에 놓인 제도 리스크가 마지막 문제다. 2025년 11월 17일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이호현 2차관은 2026년 배출권 가격이 “약 1만9000원에서 2만원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시세는 1만500원대였고 10개월 뒤 실제 가격은 2만9950원이다. 전망 상단을 50% 가까이 웃돌았다. 발언 한 건을 정부 추계 전체로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다음이다. 유상할당 수입 추계와 환류 설계, K-MSR 발동 기준이 그 가격대 위에 서 있다면 전제부터 어긋난다. 값이 전망 상단을 50% 가까이 웃돈 만큼 수입도 커질 수 있는데 배분 규칙이 없으면, 그 돈의 향방은 설계가 아니라 사후 조정이 정한다. 4차의 리스크는 3만원짜리 배출권보다 2만원을 전제로 짜인 제도 쪽에 가깝다.

시나리오

A. 현금지출 고착 (확률 45%)

트리거 — 2027년 유상할당 20% 적용 개시, 발전5사 부족분의 시장 조달 지속, 기후환경요금 인상으로 전가 시작.

트립와이어 — KAU26이 3만원 위에서 60거래일 이상 유지, 경매 낙찰가가 장내가 대비 할증으로 전환, 월 응찰 20개사 이상 고착, 산업용 기후환경요금 단가 상향 고시.

시장 함의 — KAU 3만~3만5000원 박스권. 기후대응기금은 2조9057억원에서 3조원 위로 올라선다. 발전5사의 조달 부담은 부족분 2634만톤을 톤당 3만원에 사는 경우 연 7900억원 선이다(자체 추정, 상한 성격). 한국/EU 가격비율은 21%에서 25%대로 좁혀진다(자체 추정).

확률 근거 — 총량 16.8% 축소와 발전 유상할당 램프가 확정 법제다. 정책 경로 자체가 기저 시나리오다.

B. 잉여·K-MSR 되돌림 (확률 35%)

트리거 — 3차 이월 잉여의 대량 방출, K-MSR이 상단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발동, 석탄 이용률 하락에 따른 발전 수요 약화.

트립와이어 — KAU26의 2만5000원 하향 이탈, 경매 미매각 또는 응찰 10개사 이하, K-MSR 세부기준에 상단 개입 물량 명시, 발전5사 석탄발전 증가율의 한 자릿수 둔화.

시장 함의 — KAU 2만~2만5000원 회귀. 전기요금 전가 논의가 미뤄지고 기후대응기금은 3조원에 못 미친다. 산업 내부 감축 투자는 다시 후순위로 밀리고 CBAM 상계 실익도 줄어든다.

확률 근거 — 3차 후반인 2024년에도 KAU는 톤당 1만원 선에 머물렀다. 잉여가 쌓인 구간에서 저가가 길게 이어진 전례다. 발전 유상할당이 붙은 4차에 그 구간이 그대로 재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C. 부족 쇼크 (확률 20%)

트리거 — 석탄발전 18.4% 증가 추세 지속, 2026년 정산기 발전5사 부족분 확대, 시장가 3배 과징금이 헤지 매수를 유발.

트립와이어 — KAU26 3만5000원 돌파, 경매 낙찰가가 장내 대비 5% 이상 할증, 발전5사 실제 배출이 사전할당 1억1059만톤을 크게 초과, 이월제한 완화 요구의 공식화.

시장 함의 — KAU 4만원 시도. 발전5사 적자가 커지며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앞당겨진다. 한국/EU 비율이 30%를 넘으면 CBAM 상계 논의의 실익이 커지고 철강·정유의 원가 부담이 드러난다.

확률 근거 — 2634만톤, 19.2%의 사전할당 부족이 확인된 출발점이다. 정산 마감기의 매수 쏠림은 3차에도 반복됐다.

결론

62.5%를 ‘배출권이 싸서 감축을 포기한 기업들’로 읽으면 4차 준비가 어긋나기 쉽다. 3차 산업부문 실질 유상할당은 0.48%였고, 살 필요가 없는 기업에게 값은 결재선을 움직이는 정보가 되기 어렵다. 5년간 할당대상 배출이 9.0% 줄었지만 63.8%는 발전5사가 만들었고 산업은 초과 할당분을 이월해 재고로 쌓았다. 부족했던 194곳에는 제도가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은 대체로 구매였다. 나머지에게는 질문이 가지 않았다.

4차에서 바뀌는 건 값보다 지불 형태다. 발전 유상할당 15%와 2634만톤의 사전할당 부족이 발전5사를 현금 매수자로 세우고, 수요는 석탄 이용률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그 비용이 전력요금으로 산업에 돌아올 때 간접배출 할당을 매개로 감축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공정배출이 큰 철강·시멘트에서는 연결이 얇다. 전가 규칙 자체가 미공표라 발전사와 한전 내부에서 흡수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앞으로 볼 것은 세 가지다. 2026년 10~12월에는 KAU26의 3만원 안착보다 경매 낙찰가와 장내가의 스프레드가 할증으로 도는지가 선행 신호다. 2026년 경매 수입이 공개될 때 기후대응기금의 3조원 돌파 여부가 전가 압력의 크기를 가늠하게 한다. 2027년 유상할당 20% 적용을 전후해 기후환경요금과 정산조정계수 개편안이 공표되는지가 청구서의 형태를 확정한다. 이번 주 하나만 본다면 KAU26 종가다. 2만9950원에서 3만원 위로 굳는지, 2만5000원 쪽으로 밀리는지가 세 시나리오의 갈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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