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l America”의 역설 — 달러 패권 균열인가, 조정인가
2026년 2월 5일 | EcoStream24
서문: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장 격변
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례없는 격변이 벌어졌다. 금 가격이 이틀 만에 13% 폭락했고, 은은 41% 급락했다. 달러 인덱스는 4년 만의 최저치에서 급반등했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Sell America” 트레이드의 종말인지, 일시적 조정인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IG 마켓 애널리스트 토니 시카모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어두운 날들 이후 이런 규모의 청산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단 며칠 사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 트레이드가 증발했고, 투자자들은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1장: 달러의 급격한 하락과 반등
108에서 95.5로 — 14개월간의 추락
2024년 말 달러 인덱스(DXY)는 108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14개월 후인 2026년 1월 말, DXY는 95.5까지 떨어지며 4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약 12%의 하락이었다.
이 하락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연준의 완화 기조 전환: 연준은 2025년 한 해 동안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하여 기준금리를 5.00%에서 3.50%로 낮췄다. 2026년 1월에도 추가 인하 기대가 고조되면서 달러 자산의 매력이 감소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 관세 위협, 연준 독립성 공격, 그린란드 매입 시도 등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가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를 흔들었다.
탈달러화 가속: BRICS 국가들은 역내 무역에서 자국 통화 결제 비중을 35%에서 50%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위안화 무역 결제 비중은 33%까지 상승했다.
Warsh 효과 — 하룻밤 사이의 급반등
2026년 1월 31일 금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자 판도가 뒤집혔다. DXY는 95.5에서 97.5로 이틀 만에 2% 이상 반등했다.
워시는 부시 행정부 시절 연준 이사를 역임하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긴급 대응을 이끈 인물이다. 시장은 그를 연준 의장 후보군 중 가장 매파적인 인물로 평가했다. 트럼프가 “예스맨”이 아닌 정통파를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 안도감을 주었다.
바클레이스의 글로벌 FX 전략 총괄 테모스 피오타키스는 “핵심 질문은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기반에 대한 신뢰를 잃느냐”라고 진단했다.
2장: 금속 시장 대학살 — “가치하락 트레이드”의 붕괴
금: 트럼프 취임 후 두 배 상승, 이틀 만에 13% 증발
2025년 1월 트럼프 2기 취임 당시 금 가격은 온스당 약 2,800달러였다. 2026년 1월 30일 목요일, 금은 사상 최고가인 5,595달러를 기록했다. 14개월 만에 두 배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금요일과 월요일 이틀간 금은 13% 폭락하여 4,545달러까지 떨어졌다. Bank of America 펀드 매니저 설문조사에서 “롱 골드”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트레이드로 꼽혔고, 금은 “세계가 가장 선호하는 달러 가치하락 헤지”로 불렸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가치하락 트레이드 개념이 금속 시장에서 번개처럼 빠르게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은: 역사상 가장 극적인 폭락
은의 움직임은 더욱 극적이었다. 목요일 121.64달러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은은 월요일까지 41% 폭락하여 72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은의 급등은 투기적 매수와 AI·클린에너지 산업의 수요 기대에 힘입은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투기 자금이 몰리며 현물 공급이 타이트해졌다. 그러나 워시 지명 후 레버리지 청산이 시작되자 시장은 일순간 유동성이 증발했다.
CME의 마진 인상 — 투기꾼들에 대한 경고
주말 동안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금과 은 선물 마진 요건을 대폭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억제하고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미 마진콜에 시달리던 트레이더들에게 이는 추가적인 청산 압력으로 작용했다.
JP모건의 전 귀금속 트레이더 로버트 고틀리브는 “결론은 트레이드가 너무 붐볐다는 것”이라며 “여파로 트레이더들이 새로운 포지션을 잡기를 꺼려 가격이 당분간 억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3장: 탈달러화 — 구조적 변화인가, 순환적 조정인가
숫자로 보는 달러 지위의 변화
애틀랜틱 카운실의 분석에 따르면, 달러의 글로벌 외환보유액 점유율은 1999년 71%에서 2025년 말 56.3%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 수치를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그리 극단적이지 않다:
현재 점유율은 50년 역사의 중간 범위에 위치한다. IMF에 따르면, 환율 변동을 조정하면 2025년 2분기 달러 점유율은 57.79%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외국인 미국채 보유 — 진짜 우려할 수준인가?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이 2010년대 초 50%에서 현재 30%로 하락했다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중국 인민은행의 보유액은 2013년 1.3조 달러에서 2025년 11월 6,820억 달러로 급감했다.
그러나 애틀랜틱 카운실은 이 수치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외국인의 절대적 보유 규모는 2025년 11월 사상 최대인 9.35조 달러를 기록했다. 비중 하락은 주로 2008년 이후 미국 정부 부채의 폭발적 증가(현재 38조 달러, GDP 대비 130% 초과)와 연준의 양적완화에 따른 것이다.
연준 보유분(4.3조 달러)을 제외하면 외국인 점유율은 36%로, 외국인 수요가 붕괴했다고 보기 어렵다.
진정한 위험 신호들
그럼에도 경계해야 할 신호들이 있다:
중앙은행의 금 매수: 2026년 1월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480억 달러의 달러 보유액을 순매도하고 150톤의 금을 순매수했다. 금의 보유액 비중은 12.5%로 상승하여 처음으로 미국 국채를 주요 준비자산에서 추월했다.
자본 유출: 같은 달 미국 국채 시장에서 180억 달러, 주식 시장에서 220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자금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유로존과 신흥시장으로 이동했다.
4장: 두 가지 시나리오 — 질서있는 조정 vs 무질서한 붕괴
시나리오 1: 건강한 조정 (기본 시나리오, 확률 65%)
이 시나리오는 현재 상황을 2010~2024년 달러 40% 상승의 정상적 되돌림으로 본다.
근거:
역사적 선례: 1985~1987년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는 50% 이상 하락했지만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했다. 2002~2008년에도 40% 하락 후 금융위기 시 안전자산으로 급등했다.
시나리오 2: 무질서한 붕괴 (리스크 시나리오, 확률 20%)
Bank of America는 “무질서한 하락”을 월간 5% 손실로 정의하며, 이 경우 “장기 국채의 급격한 매도”와 미국 금융 여건의 심각한 긴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촉발 조건:
역사적 선례: 2022년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의 미니 예산안은 파운드와 길트의 동반 폭락을 일으켰다. 미국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면 파급력은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시나리오 3: 달러와 자산의 동반 하락 (확률 15%)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달러 하락과 미국 자산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광범위한 가치하락 트레이드”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전반에서 이탈하며 자기실현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5장: 투자 시사점 — 불확실성 시대의 포지셔닝
단기: 중립으로 회귀
야누스 헨더슨의 멀티에셋 매니저 올리버 블랙번은 “달러가 각종 발표에 따라 더 변동성이 커지면 다른 자산도 그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더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헤지펀드들은 무역 긴장과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북미 자산에서 후퇴하고 있다.
중기: 금의 구조적 매력 유지
단기 폭락에도 불구하고,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금의 중장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
헤지 전략
Ninety One의 존 스탑포드는 국채 수익률 상승에 베팅하는 풋옵션과 하락에 베팅하는 콜옵션을 동시에 매수했다. “여기서 수익률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커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결론: TINA에서 TARA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대안이 없다(TINA: There Is No Alternative)”에서 “대안이 있다(TARA: There Are Reasonable Alternatives)”로의 전환을 조심스럽게 탐색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당장 위협받을 가능성은 낮다. 유로는 통합 재정이 없고, 위안화는 자본 통제 하에 있으며,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달러를 완전히 대체할 대안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이번 주의 격변은 경고 신호다. 세계가 전후 규칙 기반 체제에서 새로운 불확실한 질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달러의 역할도 점진적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애틀랜틱 카운실의 훙 트란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정리했다: “현재 시장 움직임은 달러 패권으로 고정된 전후 규칙 기반 체제가 새롭고 불확실한 질서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초기 구조적 조정을 신호할 수 있다. 이 전환은 상당한 변동성과 불안을 동반할 것이다.”
참고: 본 기사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 전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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